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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50년간 이어온 암과의 전쟁을 돌아보며 - 내부의 적으로서의 싸움을 계속해야 할까
작성자 : 대한암예방학회 등록일 : 2022-05-03 조회수 :32
작성자 대한암예방학회 등록일 2022-05-03 조회수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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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예방학회 논문 편집 기사>

50년간 이어온 암과의 전쟁을 돌아보며 - 내부의 적으로서의 싸움을 계속해야 할까?

                                                                          

본 칼럼은 2021년 12월호의 암예방학회지 게재된 서울대학교 약학대학의 서영준 교수님의 사설을 요약한 것입니다.

2021년은 미국 전 대통령 리처드 닉슨(Richard Nixon)이 “암과의 전쟁”을 선포한지 50주년이 되는 해이다. 닉슨 대통령은 1971년 국가 암 퇴치법(National Cancer Act)을 통해 암이 5년 안에 정복될 것으로 확신하였으며, 위의 법안은 국가암연구소(Nantional Cancer Institute; NCI)의 예산이 증액되는 등의 암의 발병률 및 사망률을 줄이기 위한 연구가 시행될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이러한 노력은 1969년부터 워싱턴 포스트와 뉴욕 타임즈에 “암을 치료할 수 있습니다” 라는 광고로 시작되었는데, 암을 치료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이러한 요청을 반영하여 닉슨 전 대통령은 국정연설에서 암 치료법을 찾기 위한 캠페인과 필요한 경우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을 위해 1억 달러를 (2021년 약 6억9천만달러 상당) 추가로 요청하였다.

1969년은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미국 우주비행사들이 달에 착륙한 해로, 닉슨 대통령은 1971년 1월 국정연설에서 인간을 달로 데려간 노력을 이제는 암을 정복하는데 방향을 돌리자고 하였다. 그러나, 물리이론을 이해하여 해결하였던 공학문제와 달리 암의 경우 상황이 훨씬 더 복잡하고, 엄청난 과학적 도전이 필요하기 때문에 사람을 달에 보내는 것보다 암을 정복하는 것은 훨씬 어려운 일이었다. 컬럼비아 대학교 암 연구소 소장인 솔 스피겔먼(Sol Spiegelman) 교수는 “암 정복을 위한 총력전은 뉴턴의 중력 법칙을 모른 채 사람을 달에 착륙시키려는 것과 같다”라고 말했으며, 미국 FDA(Food and Drug Administration)와 스탠포드 대학의 도널드 케네디(Donald Kennedy)는 암과의 전쟁을 베트남 전쟁에 비유하여 “A Medical Vietnam” 이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1986년 Bailar와 Smith는 “치료법 개선에 주로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 이 전쟁은 실패하였다”고 하는 등 많은 과학자들은 암과의 전쟁이라는 표현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내었다.

그러나 최근 수십 년 동안 암 발병률이 크게 증가하였지만 암 생존율도 증가하였기 때문에 암과의 전쟁에서 놀라운 발전도 있었다고 주장되기도 한다. 또한, 1971년 암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래 암 유발 유전자(c-Src) 가 발견되었고, 암 표적 치료제, 정밀 의학의 발달 등 암에 대한 과학적 지식이 증가하였다는 것도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전쟁에는 승자와 패자가 있어, 암 치료를 설명하는 비유로 전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환자들에게 하나의 마법의 치료법으로 암을 물리칠 수 있다고 생각하게 할 수 있으므로, 암을 적으로 간주하고 전쟁으로 묘사하는 것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수 있다. 암은 환자의 신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 건강도 파괴할 수 있으므로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군사적인 표현의 사용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으며 특히 효과적인 치료 방법이 없는 말기 암 환자의 경우 암을 더 두렵게 생각하게 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암 진단을 받고 이들 중 많은 수가 사망하는데 우리가 승리와 패배라는 폭력적인 비유를 계속 사용한다면 암과의 전쟁은 앞으로 계속 패배한 상태로 남을 것이다.

전쟁과 마찬가지로 암 치료의 주요 초점은 가능한 많은 암 세포를 보다 효율적으로 죽이는 것인데, 전쟁 같은 비유는 일부 악성 종양의 과잉 진단과 과잉 치료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독한 “무기”는 적을 완전히 죽이지 못하고, 오히려 이는 정상 세포에 불필요한 독성을 수반하는 ‘부수적 피해’를 유발하여 환자의 삶의 질을 저하시킨다. 주변 세포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죽이기 위해 최근 개발된 치료들도 일반적으로 1년 이내에 재발하는 종양을 뿌리뽑을 수 없었으며, 더 악성으로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

     암은 건강한 세포에서 생기는 것이며, 우리 안에 존재하는 질병이므로 싸운다는 개념이 아닌 관리의 개념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는 암을 전쟁과 같은 군사 용어로 말하는 것보다는 암에 걸린 사람이 사망했을 때는 전쟁에서 지거나 잃은 것이 아니라 한동안 병과 함께 하다 사망했다고 하는 등의 “암과 함께 살고있다”로 설명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는 암 환자가 삶의 질을 유지하면서 암과 함께 살 수 있도록 장기적인 치료를 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이렇듯 암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암세포는 다양하고 복잡하며, 그대로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닌 적응하고 진화하면서 약물에 내성을 갖는다는 암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실제로 종양 미세 환경에서 많은 정상 세포의 지원 없이는 암 세포가 발생하고 퍼질 수 없으며 암의 발생은 세포 하나의 문제가 아닌 주위의 여러 세포가 관여되는 일이므로 이러한 암세포 주위의 환경에 대해 관심을 돌리는 것도 필요하다.

지난 50년간 암과의 전쟁에서 예방보다는 암 치료가 너무 강조되었다. 암을 싸워야 하는 강력한 적으로 묘사함으로써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거나 암을 예방하기 위한 노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고 할 수 있다. 그 결과 암의 예방을 위한 전략보다 치료적인 공격이 우선시되어 왔다. 이제부터는 이기고 지는 것과 같이 잘못된 전쟁 비유를 사용하는 것 보다, 장기적으로 예방에 더 집중해야 할 것이다.

암의 예방을 위해서 발암요인을 없애거나 발암요인에 노출을 최소화하는 1차적 예방이 중요하다. 조기 발견과 함께 효과적인 치료가 진행된다면 암 예방은 크게 진전될 것이다. 하지만, 유전적 요인에 의한 암인 경우, 바꾸기 어려운 생활방식 등의 경우는 화학예방요법(chemoprevention)과 같은 적극적인 예방이 필요하다. 화학예방요법이라고 하면, 식물 속에 들어있는 화학물질인 파이토케미컬(phytochemicals), 항염증제와 같은 물질을 이용하여 하는 방법인데, 비록 세포 또는 동물실험, 일부 임상시험까지 거쳤지만, 장기간 투여한 경우 일부 화학예방제에서 부작용이 관찰되기도 한다. 이러한 경우, 화학예방요법 사용의 이익이 부작용보다 많다면, 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화학예방제를 개발하거나 여러 화학예방제의 동시 사용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이러한 예방은 암의 위험이 높은 사람 뿐만 아니라 건강한 사람에게도 적극적으로 제안되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지난 50년 간 최근 개발된 면역 요법을 포함하여 암 치료에서 엄청난 발전을 이루었음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암 사망률은 많이 줄어들지 않았다. 이는 암 초기 단계에 예방이나 치료보다 암이 어느 정도 진행됐을 때 암 치료를 진행했기 때문일 수 있다. 이로써, 우리는 암과의 전쟁 50주년에 대해 재평가해야 한다. 25년전 마이클 스폰(Michael Sporn)이 언급했듯 암은 치료할 수 있는 질병이라기 보다는 예방 가능한 질병이다. 이는 치료에 대한 연구를 중단하는 것이 아니라 치료와 예방의 균형을 이루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까지의 치료에 대한 투자만이 아닌 암예방과 관리를 위한 국가와 과학계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겠다.